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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쿤-톱스타와 매니저님
2019. 1. 2. 수. 풍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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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일정은 여기서 끝나요. 내일은 새로 계약한 CF 촬영이랑 라디오 게스트 출연, 잡지 인터뷰 외에는 딱히 특별한 일정이 없을 것 같...쿤씨? 듣고 계세요?”
밤이 운전석에서 거울로 힐끗 쿤을 보았다. 쿤은 피곤한 듯 고개를 45도 정도 기울이며 졸고 있었다. 원래도 바빴지만, 요즘은 잠 잘 시간을 쪼개서 일을 나가니 피곤할 법도 했다. 내일 일정을 전달하기 위해 쿤을 깨울까, 잠시 고민하던 밤은 불편한 듯 뒤척이면서도 곤히 잠을 자는 쿤의 모습을 보고는 그의 이름을 부르는 대신 잔잔한 클래식 음악을 틀어주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콜록, 쿤이 잔기침을 뱉었다. 아, 쿤씨 추워요? 히터 좀 틀까요? 밤이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물어보자 쿤이 피곤한 듯 인상을 찌푸리며 비몽사몽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대중에게 차가운 이미지, 언제나 틈을 보이지 않는 완벽한 이미지로 자리잡은 쿤은 유독 밤 앞에서만 인간적인 면모를 푹푹 내보였다. 촬영장이나 카메라 뒤에서도 웃는 법이 없고, 철두철미하다는 소문을 익히 들어 왔던지라 처음 쿤을 맡게 되었을 때 꽤나 긴장했던 밤에겐 다행인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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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간의 운전을 마치고 쿤이 사는 아파트의 주차장에 주차를 마친 밤이 찌푸둥한 몸을 움직이며 운전석에서 내렸다. 자, 이제 쿤씨를 깨워야 하는데 어떡한담. 밤이 가벼운 한숨을 폭 내쉬고는 차의 뒷 문을 열었다.
“쿤씨, 집에 도착했어요. 이제 일어나세요. ”
“우으...나 10분만...”
밤이 조심스럽게 쿤의 어깨를 흔들자 쿤이 웅얼거리듯 10분만..이라며 말을 흘렸다. 잠에 취해 눈도 못 뜨고 다 뭉개진 발음으로 더 자고싶다 이야기하는 쿤의 모습에 밤이 곤란한 듯 웃었다. 이런 상황이 오면 항상 지는 건 밤이었다. 쿤이 평소에 잘 보여주지 않는 모습을 보일 때는 그만큼 힘들거나 피곤하다는 의미였으므로, 밤은 잠자코 쿤의 의견을 따르곤 했다. 이번에도 물론 마찬가지였다.
쿤은 한 손으론 밤의 소매를 꼭 쥐고, 꾸벅꾸벅 졸고있었다. 차 문을 열어두어서 들어오는 찬바람에 몸을 움츠리면서도 절대 일어나지 않는 쿤을 밤이 잠시 바라보다가 다시 한숨을 푹 쉬고 그를 조심스레 안아 올렸다. 성인 남성이지만 체중관리와 바쁜 일정 탓에 군살 없이 마른 쿤이어서, 밤은 힘들다는 기색 없이 그를 안을 수 있었다. 공주님 안기로 조심스레 쿤을 안은 밤은 몸을 틀어 차 문을 닫고 건물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었다.
찬 공기와 대비되게 느껴지는 밤의 온기에 쿤이 기분 좋다는 듯 제 몸을 밤에게 밀착시켰다. 쿤의 얼굴을 덮고 있던 파운데이션이 밤의 까만 점퍼에 하얗게 묻어났지만 밤은 체념 한 듯 가볍게 웃으며 제 몸에 붙어오는 쿤을 떨어뜨리지 않았다. 대신 아주 가까이로 온 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잘게 떨리는 길고 푸른 속눈썹. 튀지 않는 색상의 섀도우가 옅게 발린 눈꺼풀. 가지런하고 진한 눈썹. 옆으로 번진 립이 발린 입술까지. 밤이 들릴듯 말듯 작은 목소리로 읊조렸다. 쿤씨 엄청 예쁜 사람이었네요. 알고는 있었는데.. 쿤은 그 말을 들은 듯, 못 들은 듯 그저 옅은 미소만 띠울 뿐이었다.
슬슬 밤의 팔이 아파올 때 즈음, 엘리베이터가 쿤이 사는 층에서 멈췄다. 밤은 얼른 내린 후 쿤을 벽에 기대어 설 수 있도록 몸을 내려주었다.
“쿤씨, 집에 다 왔어요. 이제 정말 일어나세요.”
다정하면서도 단호한 밤의 목소리에 쿤이 잠에서 깨기 싫다는 듯 앓는 소리를 내며 게슴츠레 눈을 떴다. 그리곤 멍한듯 물끄러미 밤의 눈을 쳐다보았다. 쿤이 넘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내쉬는 숨이 닿을 정도로 가깝게 밀착해 있었던지라, 갑작스런 아이컨텍에 밤의 얼굴이 화악 붉어졌다. 하아, 쿤이 입으로 숨을 내쉴때 마다 흩어지는 하얀 김과 멍하니 저를 쳐다보는 푸른 눈동자가 만드는 분위기에 괜히 심장이 뛰었다. 쿵쿵거리는 심장 소리를 애써 안 들리는 척, 꾹 눌러담고 밤이 입을 열었다.
“쿤씨, 저도 퇴근은 해야죠. 어서 들어가세요.”
“....아, 미안. 차에서 깨우지 그랬어, 민폐였지. 그럼 들어갈게.”
서있었던 탓에 어느정도 잠이 깬 쿤이 반 쯤 잠긴 목소리로 대답하고는 피로가 덜 풀린 듯 축 쳐진 몸을 이끌고 집으로 들어섰다. 밤은 쿤의 현관문이 닫힐 때 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엘리베이터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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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 내에서 밤이 두 손으로 화끈거리는 뺨을 감싸쥐었다. 아까부터 쿵쿵거리기 시작한 심장은 엘리베이터를 타도 멈출줄을 몰랐다. 점퍼에 묻은 파운데이션에서 쿤 특유의 향이 옅게 올라왔다. 제 눈을 바라보던 푸른 빛의 시선이 잊혀지지 않았다. 너무 예쁜 사람을 가까이서 봐서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 걸까, 밤이 진정되지 않는 마음을 억지로 달래며 생각했다.
집으로 들어온 쿤은 털썩 그 자리에 주저 앉았다. 잠이 점차 깨면서 차에서 집으로 오기까지가 하나 둘씩 생각이 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스스로 밤에게 했던 행동들이 부끄러워 얼굴이 화닥거렸다. 게다가 가까이에서 본 밤의 얼굴이 눈 앞에 계속 어른거렸다. 곱상한 외모와 예쁜 벌꿀 빛의 눈동자. 그리고 다정하게 저를 깨우던 목소리까지. 이거, 위험한데. 부끄러움을 가장한 진분홍빛 감정이 쿤을 감쌌다. 내일 밤의 얼굴을 어떻게 보지, 하고 진지하게 고민하는 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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